‘귀신 잡는’ 해병대(장교 포함)의 흡연율은 무려 58.9%다. 2022년 군인을 대상으로 흡연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. 이 숫자의 무시무시함은 비교를 통해서 가늠할 수 있다. 같은 해 19~29세 성인 남성 흡연율은 30.6%였다. 해병대에 입대해 담배를 피울 확률이 또래의 ‘민간인’에 비해 2배가량 높다는 의미다.
청소년 흡연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부대가 흡연의 확산 통로임은 분명하다. 2013년 14.4%에 달했던 청소년(남자) 흡연율은 2022년 4.5%로 감소했다. 하지만 군인 흡연율은 2007년 50.7%에서 2022년 39.9%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.
군부대 흡연의 1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. 국민건강증진법 제3조는 금연, 금주 등 국민건강을 증진할 국가의 책무를 명시해놨다.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 중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의무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군 장병의 건강 증진은 국가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.
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. 지난해 군 당국은 1995년부터 단 해도 거르지 않고 시행되고 있는 5주간의 신병 훈련소 금연을 없애려 했다. ‘흡연도 개인의 자유’라는 해괴한 논리로 말이다. 건강관리협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20여 년 동안 꾸준히 진행하던 군부대 금연 홍보를 작년에 그만두기로 한 것도 이런 정서 탓일 것이다. 실제로 건강관리협회는 보안 등을 이유로 부대 출입조차 어려움을 겪었다.
장병의 수요를 반영한 결과라면 그나마 납득할만한데 그렇지도 않다. PX에서 판매하는 담배를 정하는 심의위원회는 군 장교 및 병사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. 매년 말 기존 판매 제품을 리뷰해 판매 실적 기준으로 상위 70%는 남기고, 하위 30%는 퇴출한다. 신규 상품을 무엇으로 할지는 제조 및 판매업체에 달렸다. 이들이 제안한 물품 중 서류 심사를 통과한 것 중에서 심의위원회가 선정하는 방식이다.
전체 장병이나 흡연 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 조사조차 없다. 신병 훈련소에서 애써 5주간 강제 금연을 시켜놓고, 정작 부대에 배치되면 PX에서 독성 강한 연초를 마음껏 피도록 하는 게 현실이다. 군 당국의 설명 방식대로 신병 훈련소의 금연이 ‘인내심 훈련’이라면 그 훈련은 자대에선 안 해도 되는 건가.
이런 점에서 군부대 흡연을 방조 혹은 조장하는 KT&G는 ESG(환경·사회·지배구조) 낙제생이라고 할 수 있다. 군 당국과 KT&G가 공모한 군부대의 강고한 흡연 메커니즘을 이제는 끊을 때가 됐다. 건강보험 재정 적자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말이다.
박동휘 기자 donghuip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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